시마다 소지의 추리 소설을 처음 읽은 건 군대에서였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면 엄청 재미없을 것 같지만, 그랬다면 내가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점성술 살인사건>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오직 '살인 사건의 트릭을 푸는 것' 만으로도 책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점성술 살인사건> 같은 이른바 '본격 추리소설'의 매력은 난해한 문제를 제시하여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지막에 탐정이 사건의 트릭을 해결하는 기발하고도 치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감동에 가까운 논리적 완결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셜록 홈즈> 같은 류의 작품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푸른 카벙클>이나 <마지막 인사> 같은 단편은 추리의 비중이 빈약하거나 아예 없다시피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도 '살인 사건의 트릭을 푸는 것'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홋카이도의 외딴 저택을 배경으로 하며 저택의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데, 소설은 저택의 구조,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밀실, 당시의 상황과 알리바이 등을 묘사,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군더더기 없이 독자에게 '살인 사건'이라는 문제를 제시하며 '어디 한 번 풀어 보시지?' 하고 말할 뿐이다. 물론 나 같은 평범한 독자는 풀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이런 독자는 결말부에 제시되는 탐정의 추리를 듣고 그제서야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아 ㅅㅂ 그렇구나!' 라고 외치며 무릎을 치게 된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성술 살인사건>을 더 높이 쳐 주고 싶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는 (살짝 내용 누설) 피해자의 다잉 메시지가 특정 지식이 없으면 아예 풀 수 없고, 피해자가 옆으로 누워 자는 버릇이 있었거나 잠버릇이 고약해서 이리저리 뒹구는 사람이었다면 범행이 불가능했을 것 -_- 이라는 문제가 있고 해서... 그리고 두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과 조수 콤비의 첫 만남을 다룬 <이방의 기사>라는 작품도 있는데, 이건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다른 작품들에 비해 꽤 낭만적인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