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타 모씨 학력 위조 논란 초기에 '이건 한국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라 봐야 할 듯' 이란 글을 썼었는데... 경찰 수사 발표가 난 지금 돌아보니 이 사건은 학벌 지상주의보다는, 요즘 사회에 팽배한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가 얼마나 못 믿을 곳인지 보자. 이번 정권의 큰 논란인 4대강 공사만 해도, 처음에는 대운하를 파려다 국민 반대로 '안 하겠다' 고 해 놓고서 '4대강 공사' 라고 살짝 바꿔서 삽질을 하고 있고,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밀어붙이고 있으며, 한편으론 부자들 세금을 깎으면서 '친서민 정부'라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다. 지방선거 때 참패를 당하고 겨우 재선된 서울시장이 '국민 뜻 겸허히 수용'한다더니 시 의회에서 제정한 서울광장 관련 조례를 '인정 못 한다'며 버티는가 하면, 외교부에서는 응시 자격까지 바꿔 가며 장관 딸을 채용하고, 이게 터진 후 조사를 해 보니 유사한 사례가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나오고...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은 해당 장관은 '심리적 충격'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질 않나. 수사 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경우도, 경찰은 고문, 비리 등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검찰은 '스폰서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까면 깔수록 깔 거리가 늘어나고, 뭐만 좀 깠다 하면 '오해다' 라며 딴 소리를 하는 게 요즘 사회니, 국가 기관과 권력자, 부유층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팽배할 법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타블로의 학력 의혹이 나왔고, 타블로를 잘 살펴보니 부모님은 부유층에 본인은 해외 유학파. 거기다 캐나다 국적이라 군대도 안 간다. 그야말로 기득권의 표본인 것이다. 그 동안 정부의 작태에 울분이 쌓인 네티즌들은 화를 풀어 놓을 배출구를 찾다가 이 '기득권의 표본'을 향해 쌓였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 아닐까. 이들은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났지만 '경찰, 검찰 못 믿겠다'며 부정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박은 불신감은 타블로에 대한 불신일까, 아니면 수사 기관, 정부, 기득권에 대한 불신일까.
개인적으로, 자기 학벌을 과시하여 인기를 얻는 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타블로가 싫긴 하지만 (학벌 과시 안 하고 활동하다 조용히 군대 간 UN의 김정훈 같은 경우도 있는데...) 네티즌이 공격해야 할 대상은 타블로가 아니라 사회, 정부, 기득권,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타블로 학력 관련 자료를 추적해 온 네티즌들이 그
이들의 분노가 개인에게만 집중되고, 좀 더 스케일이 큰 대상을 향해 확대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상대가 일개 연예인이라 만만해서? 요즘 노래 가사처럼 '알아서 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