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대통령, 씁쓸한 코미디…>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16&newsid=20100930155913764&p=mediatoday
사실 대통령이 배추, 양배추 가격이 얼마인지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과일, 채소 값이나 외우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말도 안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요즘 양배추 값이 얼마지?' 하고 궁금해할 때 답해줄 수 있는 참모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그런 참모진을 꾸려 놓았더라면, 대통령이 저런 개소리를 할 때 '가카, 양배추도 비싼데 말입니다' 하고 지적해 주었을 것이고, 그러면 그 개소리는 대통령과 참모진만이 아는 실언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참모진들은 이 개소리에 감동하여 '오오 서민 대통령 오오' 하면서 띄워 주기 바빴고, 그 결과 개소리는 언론을 타서 전 국민들에게 전해졌으며 또 한바탕 욕을 얻어먹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잘 모른다', 또는 '네가 양배추 김치 먹는다고 배추 값이 떨어지냐 ㅄ 아' 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참모진 중에 '양배추가 배추만큼 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대통령뿐 아니라 휘하 참모진조차 멍청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기가 양배추 값을 모르면 제 대신 양배추 값을 알고 있어야 할 참모를 휘하에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대통령의 인재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방이나 유비 같은, 자기 자신의 능력은 보잘것없더라도 휘하에 유능한 인재들을 두고 그들을 잘 이끌어 간다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선례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 준 능력을 생각해 볼 때,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참모진일 터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밝혀진 것은 현 대통령의 참모진이 대통령 말이라면 '예, 예, 맞습니다' 하며 자료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굽실거리는 머저리들이라는 것이다. 군대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능한 지휘관이 소신있게 행동하는 것' 이라고들 하는데, 이 작자들은 무능한 지휘관이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를 불어넣어 주는 꼴이다. 하기야 군대에 가지를 않았으니 알 리가 없지.
그 동안 현 정부의 문제 중 하나로 자주 지적되는 '소통의 부재' 도 이번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이 자기 말이라면 신의 계시처럼 떠받드는 치들만 옆에 앉혀 놨으니 이 꼴이 나는 것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사탕발림만 들릴 것이고, 국민들이 아무리 지껄여 봤자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 어쩌면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하면서 자신이 마치 요순처럼 백성을 염려하는 성군이 된 듯한 자뻑에 빠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흡사 폭군 주위에 간신들이 모여들어 눈과 귀를 틀어막고 '나라 잘 굴러가고 있으니 걱정 ㄴㄴ' 하는 옛 이야기처럼 말이다. 대통령은 휘하 참모진을 큰집에 모아 놓고 쪼인트를 까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이 들린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