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에 결말 누설을 저지른 출판사의 만행. 그래도 번역이 좋아서 용서할 수 있다.)

*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복선이 꽤 많은 작품이라 이걸 먼저 보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찰스 디킨스의 작품으로, 내가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 구체제에 희생된 사람들, 혁명기의 혼란에 휘말린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로맨스가 주요한 소재이다. '소생', '금실', '폭풍 후'의 세 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앞의 두 장에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과 떡밥과 복선이 마지막 장에서 전부 이어지고 밝혀지는 구조라 반전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멋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간지폭풍 남주인공 시드니 카턴을 보고 안구에 폭풍이 휘몰아칠 것이다.

<소생 Recalled to Life>
 첫머리는 '최고의 세월이요, 또한 최악의 세월이었다. ...' 라는, 당대의 모순을 읊는 서문과 함께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역마차에서 시작한다. 이 장은 의사 알렉상드르 마네트 박사가 바스티유 감옥에 18년간 갇혀 있다가(왜 갇혀 있었는가는 아주아주 중요한 복선이다), 은행원 자비스 로리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딸 뤼시 마네트와 상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8년간의 유폐의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마네트 박사는 딸 뤼시를 만나 그 품에 안겨 정신을 되찾고 '소생'하게 된다. 이 '소생'이란 테마가 작품 전체에 걸쳐 자주 나타나는데, 이 얘기는 밑에서.  이외에도 프랑스 하층민들의 참혹한 삶의 모습이 잠깐 비춰지며 혁명의 조짐을 나타내는 떡밥을 뿌린다.

<금실 The Golden Thread>
 시간이 좀 지나고, 중요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농민 착취에 염증을 느끼고 망명해 온 귀족 샤를 다네는 첩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여기에 다네를 꼭 닮은 변호사 시드니 카턴이 나타나서 다네를 목격했다는 증인을 물먹이며 혐의를 풀어 준다. 이 재판에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로리, 마네트 부녀는 이 두 사람과 친해지게 되고, 샤를 다네와 뤼시 마네트는 결혼에 이르게 된다. 한편 시드니 카턴도 뤼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자신은 형편없는 사람이니 뤼시에게 마음을 고백한 것만으로 만족하며, 훗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겠노라며 물러난다(이것도 중요한 떡밥이다. 시드니 카턴 이야기는 밑에서 다시).
 그 외에도 마네트 집안의 가정부인 미스 프로스(나중에 이 분은 최종 보스와 맞짱을 떠서 이긴다), 은행 심부름꾼이면서 부업으로 시체 도굴꾼(...) 일을 하는 제리 크런처(이 도굴꾼 일도 떡밥이다), 프랑스에서 혁명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드파르주 부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연결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금실'이란 부제목이 뜻하듯이.

<폭풍 후 The Track of a Storm>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다네는 망명하면서 농민들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당부하고 재산을 맡긴 늙은 하인이 처형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죄책감을 느끼고 그를 구명하기 위해 다네는 프랑스로 떠나고, 파리에 도착하자 그는 도망친 귀족 취급을 받아 체포된다. 그를 구하기 위해 건너온 마네트 박사가 바스티유에 감금되었던 자신의 이력을 호소하여 다네는 풀려나지만 그것도 잠시, 그동안 쌓여 왔던 떡밥이 풀리면서 다네는 다시 잡혀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마차를 타고 파리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일행(한 사람은 빼고)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밝혀지는 떡밥들과, 다네를 구하기 위한 카턴의 활약이 중심이 된다. 카턴의 활약을 보면 추리물, 첩보물 삘이 날 정도(...) 개인적으로 카턴과 크런처가 예전에 다네를 첩자 혐의로 고발했던, 진짜 스파이를 족치는 장면이 통쾌했다('넌 정직한 장사치를 속여먹는 염치없는 놈이야!').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그야말로 안구에 쓰나미.


작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시드니 카턴
 앞에서도 말했듯이 간지폭풍 주인공. 이 사람은 변호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삶에 대한 희망도 의욕도 잃어버리고 술에 빠져 지내며 속물 변호사의 부하 노릇을 하며 세월을 낭비하고 있다. 이 사람의 성격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것은 초반에 다네의 재판이 끝난 후 다른 인물들에게 보여주는 태도이다. 시종일관 건달 같은 무례한 태도에, 자기보다 한참 연장자인 로리에게 찍찍 반말을 섞어 가며 대답하고, 다네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술잔을 내던지는 등 막장스러운 모습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천만의 말씀! 난 매사에 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이오."
"그럼 또한 내가 왜 술을 마시고 취하는지 그 까닭도 알도록 해 드리지. 난 희망을 잃은 사람이오. 이봐요, 이 세상에서 내가 걱정할 사람도 없고, 날 걱정해 줄 사람도 없는 사람이란 말이오."

'시드니 카턴은 놀랄 만큼 착한 승냥이는 될지언정 절대 사자는 못 돼. 그 보잘것없는 능력을 가지고 스트라이버의 병정 노릇을 하는 걸 보면 말야.'




이 사람의 과거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과거의 비행과 자신의 타락을 후회하는 모습이 조금씩 엿보인다.

"너는 무엇 때문에 너를 닮은 그 사나이에게 각별한 호의를 갖고 있느냐? ... 그자의 모습을 보면서 타락한 제 꼴이 깨우쳐졌으니까. 그리고 네가 될 수도 있었던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

 그의 체내에서 낭비되고 있는 정력, 그리고 온 세상을 둘러싼 사막. 고요한 언덕길을 가는 도중 그는 잠깐 멈춰 서서, 자기 앞에 펼쳐진 이 황무지에 공명심, 금욕, 인내의 혼합체인 신기루가 서 있는 것을 본다. 그 아름다운 공상의 도시에는, 사랑과 은혜로 자기를 보아주는 꿈결 같은 회랑과, 생명의 과실들이 무르익어 있는 뜰과, 눈앞에 반짝이는 희망의 샘물이 있었다. 순간 이 모든 꿈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높은 층계를 올라가 자기 방에 다다른 것이다. 옷을 입은 채 무심한 침대 위에 몸을 던져 버렸다. 그리고 헛된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슬프게, 슬프게. 해는 또 떠올랐지만, 탁월한 능력과 착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정당한 행동과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지 못하고, 자기를 파멱는 병균들을 감지하면서도, 그대로 그것들의 밥이 되어 버린 이 사나이보다도 더 가련한 광경은, 떠오른 그 해 아래, 이 세상에는 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 마네트 집안, 샤를 다네, 로리 등의 인물들과 친해지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고, 결국에는 뤼시 마네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과오를 알고 있기에, 그녀의 사랑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만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악덕에서 구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와, 그녀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바치겠다는 마음을 표시한다.

"마네트 양, 만일 아가씨께서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나이의 사랑, 자포자기한 인간 쓰레기의, 주정뱅이의,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아무 쓸모도 없는 가련한 사나이의 사랑을 받아 주실 수 있다면, 그날 그 시간이야말로 그 사나이에게는 행복이겠지만, 그 대신 아가씨에게는 슬픔과 후회를 가져다 드릴 것이며, 아가씨의 기분을 망치고, 아가씨의 명예를 짓밟고, 아가씨를 그자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될 것임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
"아가씨께서 알아주십사 하는 것은 아가씨가 제 생명, 제 영혼의 마지막 꿈이었다는 것입니다. ... 제게는 영영 죽어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옛 모습이 다시 가슴에 살아났습니다. 제가 아가씨를 알게 된 후부터는, 두 번 다시 느끼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자책감에 고민도 하게 되었고, 영원한 침묵에 잠긴 것으로 알았던 옛 목소리, 나의 분발을 강요하는 옛 목소리가 소곤대는 것도 듣게 되었습니다. ..."
"저로 하여금 저의 그릇된 일생이나마 그 생애를 통해 제가 아가씨에게 마음을 고백했다는 그 추억만은 지니고 살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아가씨께서 저를 위해 슬퍼하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시는 그 마음이 제 뼛속에 사무치고 있다는 그 추억이나마 평생토록 지니고 살아가도록 해 주십시오. ... 만일 제 생애에 있어서 제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보람 있을 기회나 가능성이 있다면, 전 아가씨와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분을 위해 여하한 희생이라도 바치겠습니다. ..."

그리고 훗날, 뤼시의 남편이 된 다네가 처형당할 위기에 놓이자, 카턴은 뤼시 몰래 프랑스로 와 다네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 이 떄의 카턴의 모습을 본 주변 인물들은 그의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프로스 양이 잠시 후 생각해 보니 그것은 평생을 두고도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의 태도는 그 두 눈의 빛나는 영감이며, 그 두 팔에서 느껴진 확고부동의 의지력 등 모든 것이 그의 평소의 경박한 태도와는 정반대였을 뿐 아니라, 그의 인품을 일변시켜 숭고한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한 것이었다.

"... 저는 본래 제 아버지가 슬피 울고 계실 적에는 그냥 무심코 앉아 있질 못하는 성미였습니다. 영감님은 저희 아버지는 아니시지만 영감님의 슬픔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군요. 제가 영감님으로부터 그 불행감을 없애 드리겠습니다."
 카턴은 이 마지막 한마디를 여느 때와 같은 조로 경쾌하게 처리해 버렸으나, 그의 음성이나 말투에 다 같이 진지한 감정과 존경의 염원이 담겨 있었던지라, 지금까지 카턴의 그러한 좋은 면에 접한 일이 없는 로리는 그만 놀라울 뿐이었다.

최후의 순간, 카턴은 사형 집행 직전에 다네의 감옥으로 잠입하여, 그를 기절시킨 뒤 옷을 바꿔 입고 다네를 마차에 태워 탈출시킨다. 뤼시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와 함께.

'만약에 당신께서 오랜 옛날에 우리들 사이에 교환된 그 말들을 회상하신다면, 이것을 보시는 순간 즉시 그 의미를 아실 것입니다. 당신이 옛날의 그 말들을 기억하고 계시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

카턴은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을 대신해 단두대에 오르지만, 그의 마음은 평화롭다. 그의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이기에.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내가 지금까지 행해 온 중에서 가장 훌륭한 행위이며, 지금 내가 가려는 길은,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중에서도 가장 평안한 길이라는 것을......'

 작품의 주요한 테마를 집약하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어두운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으나, 뤼시라는 '금실'에 건져져 구원받고 최후에는 시대의 폭풍으로부터 다네의 생명을 '소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의 정신적 '소생'을 이룬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 마지막 그의 생각에 나타난 예언자적 모습 등 기독교적 성인의 상징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부활
 첫 장의 소제목인 '소생'을 시작으로, 책 전체에서 '부활'과 연관된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맨 처음의, 딸과 재회한 마네트 박사의 '소생', 그리고 뤼시에 대한 고백과 마지막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카턴의 정신적 '소생', 사형 직전에 카턴에 의해 '소생'한 다네 등. 또한 카턴의 죽기 직전의 생각을 보면 혁명의 혼란기를 거쳐 프랑스 사회가 더 나은 모습으로 부활할 것임을 예언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아노니, ... 구제도의 파괴로 생겨난 새로운 압제자들의 긴 대열이, 이 보복적 흉기의 사용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이 흉기에 의해 멸망해 갈 것을. 나는 아노니, 이 생지옥으로부터 아름다운 도시와 영광스런 인민들이 일어설 것을. 그리고 나는 아노니, 현대의 죄악과 그 죄악을 어쩔 수 없이 낳게 한 전대의 죄악이, 참으로 자유를 전취하려는 투쟁과 장차 오랜 세월에 걸친 승리와 패배의 되풀이 속에서 점차 스스로를 속죄하며 소멸되어 갈 것을. ...

그리고 카턴이 아버지의 장례식 때 들었던, 그리고 죽기 전 읊조렸던 성경 구절도 '부활'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턴에게 느껴지는 기독교적 성인의 풍모를 더욱 강조하는 느낌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좀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제리 크런처의 부업인 '시체를 도굴해서 의료용으로 파는 것'을 하는 사람을 당시에 'Resurrection Man'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영문 위키 참조). 정말 디테일한 설정이다(...)

3. 프랑스 혁명에 대한 시선
 작품 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피해자가 귀족 출신인 샤를 다네이고, 가해자가 혁명 세력과 분노한 민중들인지라 이것만 놓고 보면 귀족들이 불쌍해지고 민중들이 죽일 놈이 되므로(...) 디킨스는 작품 초반부터 프랑스 하층민들의 궁핍과 핍박에 대한 묘사를 자주 등장시킨다. 거리에 포도주 통이 엎질러지자 땅이 붉은빛으로 물들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바닥에 흐르는 포도주를 핥아먹는다던가, 귀족이 탄 마차에 평민 아이가 치여 죽었는데 귀족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이런 모습을 통하여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그 거리에는 보잘것없는 램프가 널찍널찍한 간격을 두고 길을 건너질러, 끈과 도르래에 매달려 있었다. ... 희미한 심지에 붙은 가냘픈 불빛이 청승맞게 머리 위에서 흔들거리는 것이, 꼭 바다에 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과연 바다는 바다였다. 배도 선원도 폭풍 전야에 처해 있는 바다였다.'

게다가 마지막에 '다네 가문이 사건의 흑막이었다' 는 떡밥과 함께 밝혀지는 다네 가문의 악행을 보여 줌으로써, 구제도하의 귀족의 탄압과 혁명을 일으킨 민중의 비이성적인 분노를 동시에 보여 주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프랑스 혁명은 문학 작품보다는 역사책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니까, 누가 나쁜 놈인지 여기서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4. 번역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번역을 좋아한다. 요즘 나오는 소설 번역 중에는, 분명히 한국말은 맞는데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문장을 한참 들여다보고 곱씹어야 뜻이 이해가 되는 번역이 있다. 반면에 그냥 죽 읽으면 뜻이 한번에 머릿속에 들어오는 번역도 있다. 전자는 그냥 영어 문장을 직독직해한 것 같은 형태를 한 것이 대부분으로, 우리말에서 잘 쓰이지 않는 말투로 되어 있어서(예를 들면 대명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쓴다던가 - '그가 그것에 대해 그녀에게 어쩌구...)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후자의 경우는 한국어에 대한 내공이 높은 역자가 깔끔한 한국어로 다시 써야 가능한 것이라서 보기가 드물다.

 전자는 원문의 뜻이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고, 반대로 후자는 문장을 재해석하기 때문에 원래 뜻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는 소설이란 일단 쉽게 읽히고 간지나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후자를 좋아한다. 이 작품의 번역도 후자에 가까운데, 문장이 맛깔스럽고 쉽게 읽히는 데다가 옛 분위기가 나는 단어를 적절히 사용해서 읽는 맛이 나는 느낌이다. 정말, 어휘 선택을 보면 번역하신 분의 내공이 굉장하신 듯 하다. (예를 들어 fair face를 '절색', plain face를 '박색'으로 번역하셨다. 알기야 아는 단어지만, 번역하면서 저런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번역에 대한 평가는 직접 읽어 봐야 느낄 수 있을 텐데, 다만 문제는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면 이 책이 품절이라는 것(...).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두 도시 이야기>가 있긴 한데, 청소년용이고 페이지 수도 적은 걸 봐서는 아무래도 축약본인 것 같다. 나는 예전에 동네 서점에서 이 책을 득템샀는데, 지금 찾는 분이 계신다면 도서관을 이용해야 할 듯하다.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요즘 감각으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많은 떡밥과 복선과 암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숨어 있는 상징과 비유를 찾아 보고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단순하게 로맨스물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

P.S. 쓰고 보니 인용이 너무 많다(...)


(2010. 9. 9. 추가 - 이 판본도 완역이 아니다 -_-  자세한 건 이 글 참조.)

Posted by 크리스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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