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성우 사카모토 마아야의 '만월 낭독관'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이란 곳에서 낭송된 나스 키노코의 글인데, 1월 20일까지 원문을 사이트에 공개한다는 걸 알게 되어 읽었다. 일본어는 고2 때 학교에서 조금 배웠고, 야자 시간에 J-Rock 들을 때 가사나 겨우 해석하던 수준이지만, 분량도 짧고 인터넷 사전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함께 한 덕분에 일본어 공부하는 심정으로 더듬더듬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분위기의 단편으로, 낭만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이다. 먼 미래, 인류는 '정열'을 잃어버림으로써 문명이 점차 쇠퇴하고 숫자도 줄어들어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 지구의 외딴 섬에는 보름달 밤이면 빛을 내는 산호초가 서식하는데, 이 섬의 '공주님'이라 불리는 소녀와, 산호가 빛을 내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찾아온 '상인'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정열'을 잃어버린 인류라든가, 염세적인 주인공과 순수한 히로인의 사랑이라든가 하는, 어찌 보면 흔한 소재지만, 사랑을 잃어버린 미래의 인간이 서로 소통하며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 그로부터 태어난 '달의 산호'의 유래를 아름답게 그린다.

나스 키노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체, 예를 들면――――――― 그래, 바로 「이런」 것.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글로 읽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낭송을 위한 작품이라 그런 듯하다. 다만 <이기적 유전자>적인 내용을 주입식으로 늘어놓는 부분이 있는 건 좀 중2병스러움이 느껴진다... -_-;; 주인공의 가치관을 보여 주는 장치긴 하지만... 작가의 나쁜 버릇이랄까. 하지만 나스 키노코의 강점인, 주입식 서술을 많이 하면서도 결정적인 장면에선 운문 같은 표현을 구사하여 감동을 극대화하는, 뛰어난 연출 능력은 이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읽고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산호의 골격이 석회로 이루어져 있다든지, 산호가 탄소를 고정함으로써 지구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든지, 산호가 보름달이 뜨는 밤에 산란을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히로인의 모습을 '산호'에 비유한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이 생각보다 디테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비유인 듯도 하다(...)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갖춘 괜찮은 단편이라 생각된다. <공의 경계>는 재미있긴 했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_- 주입식 선문답과 궤변이 난무한 반면, <달의 산호>는 단편이라서인지 소프트한 분위기라, 라이트 노벨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P.S. 이렇게 달랑 써 놓으면 약올리는 것 같아서(...) 내가 읽으면서 번역한 파일을 올린다.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빌며... 오픈오피스로 썼는데, 다른 프로그램에선 열리지 않을지도 몰라서 PDF 형식으로도 만들었다. 일본어를 잘 모르니 틀린 곳도 많을 졸역이지만, 번역기보다야 낫겠지 -_- 혹시 읽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기를.

나스 키노코, <달의 산호> 번역  
Posted by 크리스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