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전에 신문에서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리브로 땡처리 행사 때 구입했다.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량이 짧고 가격이 착하다(...)

<귀향>, <프로>, <포투단 강>, <안갯빛 청춘>, <기관사 말체프> 등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고, 주로 러시아 혁명과 내전, 소비에트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귀향>은 내전 후 집으로 돌아온 군인이 가족들과 겪는 갈등, <프로>는 극동 개발 사업을 위해 일하러 간 기술자를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 <포투단 강>은 고자 제대 군인과 의학도의 사랑, <안갯빛 청춘>은 전쟁 고아의 성장 이야기, <기관사 말체프>는 기차를 운전하다 눈이 멀어버린 기관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잠깐 딴 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EBS의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기타 하나 메고 러시아 여행을 하는 한 음악가를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광활하고 차가운 땅에 철도를 깔고 마을을 세우고 도시를 건설하여 살면서, 옛날의 소박하고 즐거운 삶의 모습을 잃지 않은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부모님은 '나중에 러시아 여행 한 번 가 보자' 라고 하셨다(...)

이 책도 왠지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러시아 내전을 겪고 나서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멀리 떠나간 기술자와 그를 기다리는 아내, 자신이 혹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수줍은 남자, 전후 병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의 성장기 등의 이야기가 러시아의 풍경 묘사, 러시아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묘사와 함께 서술되어, 척박하고 힘든 시절임에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평화롭고 순수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론 <프로>, <포투단 강>, <안갯빛 청춘>이 마음에 들었다. 힘든 삶을 평화롭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낸다는 느낌이었다.


(류바의 졸업 시험이 끝나는) 3월까지 니키타는 도시를 떠나 있기로 결심했다. ... 그리고 니키타는 목공소에서 농촌 소비에트와 시골 학교들을 방문해 가구를 고쳐주는 일을 지원했다. ... 아버지는 그 사이 3월에 맞춰 젊은 부부에게 선물로 줄 큰 장롱을 짰다. ... 그리고 장롱을 썰매에 싣고 아들의 약혼녀 집으로 갔다. ... 류바에게 장롱을 넘겨준 니키타의 아버지는 결혼식을 언제 할 건지 그녀에게 물었다.
 "니키타가 돌아오면요. 전 준비가 다 됐어요!" 류바가 말했다.
 밤에 아버지는 20베르스타 떨어진 시골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거기서 니키타는 학교 책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도착했을 때, 니키타는 텅 빈 교실의 마룻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깨워 이제 결혼할 수 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넌 빨리 떠나거라. 책상은 내가 마저 만드마!" 아버지가 말했다.                      <포투단 강> 中, pp.105-106


그리고 정말 쓸데없는 태클을 걸자면, <포투단 강>에서 주인공이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참기 위해 10~15베르스타씩 걸었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 괄호를 치고 '베르스타는 1,067km'라고 설명이 달려 있다. 이걸 보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니, 극에서 적도까지 거리가 1만 km인데, 10베르스타면 1만 km가 넘잖아? 무슨 러시아 도보 횡단이라도 했나? 1.067을 1,067로 잘못 쓴 거겠지? 찾아보니 과연 1베르스타는 1.067km였다. 점 하나 차이로 일어난 참극이다... -_-;;


전체적으로 훈훈한 분위기의 작품들이다. 분량도 짧으니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이것저것 생각해 볼 것들도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Posted by 크리스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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