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Knot에서 재미있는 게임이 하나 나와서 올려 본다.
이번에는 PGN 기보 말고, 주요 국면마다 스샷을 찍어서 올려 봤다. 이렇게 하면 PGN 때와는 달리 주석에 짤방을 넣거나 하여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진다. 대신 스샷이 없는 부분에서는 기보를 읽고 상상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는데, 그래서 최대한 스샷을 많이 찍었다. 이러면 또 분량이 엄청 길어진다는 게 단점...
게임의 교훈은
- GM 코토프(Alexander Kotov), <실만의 체스교본>에서 인용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둔 한 수가 나중에 재앙을 불러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엄청 길어서 접었다.
chopen (1562) vs. moonchaser (1659)
1.e4 c5 2.Nf3 d6 3.d4 cxd4 4.Nxd4 Nf6 5.Nc3 g6
여기까지 완벽한 Sicilian Dragon.
6.Bg5 Bg7 7.Qd2
이후 Bh6으로 fianchetto를 깨려는 듯.
7...O-O 8.Bh6 Qb6
b폰 및 d나이트 공격. 만일 b폰을 보호하면 Bxh6 Qxh6 Qxd4로 나이트가 떨어진다.
9.Nb3
기발한 방어수. 아까 말한 나이트 떨어지는 상황을 피하면서 b폰 보호. 할 게 없어진 나는 일단 기물 전개.
9...Nc6 10.Bxg7 Kxg7 11.O-O-O Ng4
Nxf2로 룩 포크를 노림.
12.h4 Nxf2
걸려들었다.
했는데...
13.Nd5
전혀 생각 못한 대응. 퀸이 피할 데가 d8 뿐인데, 피하면 나이트가 떨어진다. 이렇게 적극적인 대응수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듯.
13...Nxe4
고심 끝에 쥐어짜낸 수. 사실 상대가 퀸을 e2나 f4로 피하면 나도 퀸을 피해야 하고, 그러면 나이트가 떨어진다. 내 예상은 Qe2나 Qf4 후 ...Qf2 Qxe4 Bf5 후 c2 지점을 공격하는 수순이었는데...
14.Nxb6 상대가 퀸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 동등한 교환을 할 수 있어 이렇게 나오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계산했던 대로 진행.
14...Nxd2 15.Nxa8 Nxb3+ 16.cxb3 Bg4
룩 아니면 나이트가 죽는다. 만일 비숍을 잡겠답시고 Rd4 했다간 나이트에게 사망.
17. Nc7 Rc8
룩 잡고 비숍 잃는 것보다는 공짜 나이트를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한참 계산한 후 둔 수.
만일 상대가 Nd5나 Nb5로 피하면 ...Nb4+ 후 discovered check를 이용해 유리한 수순이 나온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게임 끝나고 컴퓨터로 분석해 보니까 개뿔도 없었다(...)
18.Rd2 Rxc7 나름 열심히 한 계산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어차피 틀린 계산이었지만(...) 차라리 잘 된 듯.
결과적으로 나는 룩 하나가 없는 대신 나이트와 폰 2개가 있다.
19.Rc2 b5
내가 룩 하나 없는 대신 폰이 많으므로, 뻥 뚫린 중앙으로 폰을 전진시켜 승진시키려는 계획.
20.g3 d5 21.Bb5 a6 a6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중앙 폰 전진이 나았을 듯하다.
22.Bxb6 bxb6 23.Rc5 e4 24.Kd2 Kf6
불안한 c폰 보호에 가세하기 위해 킹 이동.
25.Rf1+ Ke5 26.Ke3 Kd6 27.Rfc1 Bd7 28.b4 Rc8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대의 악수.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룩을 킹사이드로 보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둔 수인데, 이후 비숍과 폰을 전진시키는 계획을 세워 진행하다가 이 c8(...) 룩 때문에 눈물빼는 사태가 발생.
29.R1c3 Bh3
계획은 비숍을 h3-f1을 거쳐 b5에 박아놔서 상대 폰 전진을 차단하고, 기회를 봐 d폰을 미는 것이다.
30.Kf4 Bf1 31.b3
Bb5를 두면 a4가 따라올 테니, 일단 멀리서 b5를 겨누며 대기를 타기로 함.
31...f5 32.a4 이 때라도 Rc7을 했어야 했다.
32...d4 이후 Rc1 Be2 후 d폰을 전진시킬 계획이었는데... 방어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히 전진했다.
33.Rc1 Be2 34.b5
망했다. axb5 axb5 Bxb5면 Rxb5 cxb5 Rxc8로 탈탈 털린다. 이게 다 룩이 c8에 있어서 보호를 못 받기 때문이다. 룩이 c7에 있었으면 axb5 axb5 Bxb5로 조낸 유리한 포지션이었을 텐데.
룩의 위치가 나의 심경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다.
34...a5 지금 Rc7 해봤자 Rxc6으로 뚫리므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둔 수. 폰을 상대 폰 틈에 처박아 나중에 엔드게임에서 잡기 힘들게 해 시간을 벌자는 생각이었다.
35.Rxc6+ Rxc6 36.Rxc6+ Kd7 37.Rc1
킹이 c파일을 건너갈 수 없어 b폰의 승진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뭐 막으려면 b6 Ba6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내 최후의 희망인 d폰을 올리는 맞불 작전을 선택.
37...d3 38.Ke3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이제 상대 킹을 이 자리에서 쫓아내야 하는데,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실 이때쯤에는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나중에 컴퓨터로 분석해 보니, 상대가 b6 후 Rc7+로 나왔으면 내가 졌다. ...Kd8로 피하면 Rc6으로 기다리다가 내가 d폰 올리면 Rd6+으로 내 마지막 카드인 d폰이 떨어지고, ...Kd6으로 피하면 Rc8 후 b폰이 승진한다. 운이 좋았던 셈.)
38...h6 39.b6 g5 40.b7 f4+
gxf4 gxf4 Kxf4 d2를 예상했다. 만일 상대가 Kd2를 두면 e3을 두면 된다.
41.Kxe4 의외의 수. 오히려 내가 편해졌다.
41...d2 42.Rd1
만일 1랭크의 다른 칸으로 갔으면 ...Kc7로 b폰이 떨어지고, c파일의 다른 칸으로 갔으면 d폰 승진을 막을 수 없다. 아, 만일 Rc4를 뒀으면 ...Bxc4 b8=Q가 됐겠지만, 어차피 내 d폰도 승진하므로 그게 그거.
42...Bxd1 43.b8=Q Bf3+
d폰을 승진시키기 위해 d1을 막고 있던 비숍을 내다버리는 수. 이걸로 d폰도 승진 확정.
44.Ke5 Kxf3 d1=Q+로 체크당하는 것을 피하려던 것 같은데, 덕분에 확실한 기물 우위가 생겼다. 44...d1=Q
45.Qa7+ Ke8 46.Ke6 이후 Qe7#로 메이트 위협.
46...Qd5+
Qxb3+하면 됐는데... 꼭 결정적인 순간에는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이후 확실히 전세가 기울어진다.
Kf6 Qd6+ 후 Kf5나 Kg7이면 Qd7+로 퀸 교환되고 이후 엔드게임으로 들어가면 내가 개유리.
47.Kf6 Qd6+ 48.Kg7 Qd7+ 상대는 퀸 교환할 수밖에 없다. 49.Qxd7+ Kxd7
이제 상대는 뭔 수를 둬도 빠져나올 수 없다. gxf4면 gxf4 후 Bd1로 비숍 치우고 f폰 밀면 되고, b4 axb4 후 a폰을 밀려 해도 나중에 a8에서 비숍에게 잡힌다.
50.Kxh6 fxg6
g3 폰의 승진을 막을 수 없다. hxg5 후 백이 폰을 밀어도 내 g폰 승진이 더 빠르다.
51.hxg5 g2 52.g6 g1=Q
g폰을 밀어 봤자 Bd5면 끝이다. 상대 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