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판 1권 표지.)


(요건 일본판 표지. 보시다시피 한국판에선 표지 그림이 축소되어 나왔다...)


그래24에서 '뭐 새로 나온 책 없나'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카페 알파 신장판' 1권을 발견.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카페 알파 신장판이라니!



해서 질렀다.


일단 책 크기는 구판보다 약간 커졌다. 둘이 붙여놓고 비교해 보면 크기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직접 읽어 보면 그림이 커졌다는 게 느껴질 정도? 분량은 구판 1권에서 2권 중반의 11화, 알파가 우유 마시기에 도전했다가 뻗는(...) 부분까지이다. 그리고 1권 앞부분의 컬러 일러스트들도 수록되어 있다.

초반부라 작가의 그림체가 정돈되기 이전의 구식(...) 그림체는 그대로지만, 종이 질이나 인쇄 상태가 깔끔해져서인지 뭔가 좀 나아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번역이 바뀐 부분이 꽤 있는 듯하다. 아저씨-할아버지, 주인-오너나 카마스-꼬치고기 같은, 구판 초기에 통일되지 않았던 명사들이 '할아버지', '오너', '꼬치고기'로 통일되었고, 각 화 제목도 여럿 바뀌었다. 예를 들어 구판 1화 제목인 <향기나는 밤>이 신장판에서는 <강철 향기가 나는 밤>으로 바뀌었다. 원제를 찾아보니 <鋼の香る夜>이므로, 신장판의 번역이 맞는 듯. 그 외에도 작중 대사가 미묘하게 조금씩 바뀌었다. 구판과 신장판의 역자가 같은 걸 보면, 역자 분이 젊은 날의 과오(...)를 수정해서 내신 듯하다(구판 1권이 나온 게 97년이니...).

다만 지적할 오역이 하나 있는데, 1화에서 카페에 놀러 온 할아버지에게 알파가 '친구였군요!' 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예전에 구판을 읽을 때 이거 왠지 좀 어색하다 싶어서 일본판 스캔본을 구해다가(이러면 안 되지만) 찾아봤더니 원 대사가 'ブレンドね!' 였다. 

   
[명사][타동사]{スル} 블렌드. (위스키·담배·커피 등에서) 맛이나 향을 좋게 하기 위하여, 품종이 다른 것을 적당히 배합하는 일. 또는 그렇게 한 것.

http://jpdic.daum.net/dicjp/search_detail_jpkor.do?q=%AB%D6%AB%EC%AB%F3%AB%C9&idx_id=88446&dictype=1


이건 블렌드(blend),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자주 시키는 커피 메뉴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역자가 ブレンド와 フレンド를 착각해서 '친구'로 번역했나 보다 했다. (내가 일본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フレンド, '친구'가 아닌 건 확실하다) 역자 분이 일본만화 번역 쪽에서는 인정받는 분이라 신장판에서는 고쳐졌겠지 하고 봤더니, 내가 모르던 것들은 많이 수정되었는데 이건 그대로라서... 조금 실망했다.




그리고 신장판에서 표지 그림이 바뀌었는데, 구판 표지 그림을 따로 삽입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새 표지 외에 특별히 추가된 일러스트는 없었다. 아직 신장판이 1권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구판 앞뒤 표지 그림이나 구판 책날개에 수록된 4컷 만화 같은 것들도 모두 수록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구판 1권과 14권 표지는 죽어도 수록해야 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일본판 신장판은 이미 10권으로 완결났던데, 이걸 구해서 확인해 보면 위에 말한 것들이 실렸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일본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일본판을 지를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고(...)


그리고 글 쓰는 김에 신장판에서 바뀐 번역 비교를 해 보았다. 사소한 변경은 빼고, 눈에 띄는 것들만...

첫화 <카페 알파>
(주유소에 들른 알파가) 죄송합니다.
-> 실례합니다-.

아가씬 유명인이잖수. 팬도 많고.... 귀엽다나....
-> 아가씬 유명인이잖수. 팬도 제법 많고. 예쁘다고 말이야.

가끔 지나가는 걸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지. 근데 얼굴이 왜 그리 빨개졌수.
-> 가끔 지나가는 걸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나? 다들 부끄러운 게지.

갑자기 길이 사라져서 아마 곧장은 갈수 없을게야.
-> 자고 나면 길이 사라지는 판이니... 아마 똑바로는 못 갈 게야.

(오너를 회상하며)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언젠가 돌아오기는 할는지....

난 이 황혼의 세상을 천천히 보며 간다는 생각이 든다. / 내겐 시간이 얼마만큼이라도 있으니까.
-> 나는 앞으로도 쭈욱 이 황혼의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 내겐 시간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제1화 <향기나는 밤 -> 강철 향기가 나는 밤>
(오너가 준 권총에 대해) 내게 있어선 무기라고 할까-. / ...흐~음. 그런것도 아녜요.
-> 제게는 그게 무기라기보다-. / ...응~. 아무튼 그런 건 아니에요.

여긴 왠지 안정이 돼있어.
-> 여기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할아버지를 찾아온 타카히로가) '호오'가 아녜요, 할아버지. 혼자 오셨군요.
-> '여'가 아녜요, 할아버지. 왜 혼자만 가고 그래요?

제2화 <숲의 미사고 -> 강 하구의 미사고>
미사고라고 해. 그녀.... 옛날에 주인한테 들었어. 진짜 얘기야.
-> 미사고라고 해. 그 여자는.... 옛날에 오너한테 들었는데, 진짜 있었구나....

(소나기를 맞으며 돌아가는 타카히로가) 아, 깜빡했다! 책방에 들르지 못했다.
-> 실수했다! 책방 같은 데에 들르는 게 아닌데!

제3화 <데굴 데굴 통통>
올해는 너무 많이 수확이 돼서말야. 아가씨, 살도 좀 붙어야되겠구....
-> 올해는 수박 농사가 너무 잘 돼서 말이야. 묻어서 퇴비나 만들긴 아깝고....

헌데 10통이 기본이라우.
-> 그럼 책임량 10통!

에고, 이렇게 죽치고 있다간 오늘안에 다 못돌리겠어.
-> 그래서 이렇게 수박을 돌리고 다니는 거야.

네에! 지금 남김없이 가져가셔도....
-> 네! 차를 드시는 분께 한 통씩...!







...여기까지만. 많아서 더는 못하겠다(...)
Posted by 크리스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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