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탠포드 영문학 석사 출신이라는 힙합가수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나는 DC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가설을 듣게 된 이후 흥미가 생겨 며칠간 에픽하이 갤러리를 관심있게(...) 지켜보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는데, 학력 위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를 들어 보면 그럴싸하긴 한데, 뭔가 확증이 없어서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들은 타블로의 졸업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 제시를 요구하고 있는데, 타블로 측은 결정적인 증거 자료는 내놓지 않고 다른 곁다리 증거만 내놓으면서 '의심받으니 마음이 아프다'라는 상황. 이렇게 양측 다 결정적인 증명을 못 하고 있으니 논쟁이 감정적으로 흐르면서 의심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언론 기사에서는 타블로 측이 제시한 성적표(이 성적표에도 모순점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를 가지고선 여러 각론들(동명이인설, 합성사진설, 최우수 성적설, 자작 소설로 입학설, 80년생이 학교 2년 쉬었다면서 98년 대학 입학설 등)은 무시하고 인증이 끝난 것처럼 말하는 등,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듯한 분위기라서 아예 '타블로가 나온 국제학교에 사회 각계의 학력 세탁이 연루되어 있어 그런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

하여간 그건 그렇고(...) 이 사태를 보면 몇몇 타빠친타블로 네티즌들이 타까반타블로 네티즌들의 공격을 '학벌 좋은 사람에 대한 지잡대저학력자의 열등감 폭발'이라고 맞받아치는 게 자주 보이는데, 이 사건은 유명 연예인의 학력 위조 논란을 통해 '학벌 지상주의에 대하여 쌓여 있던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도 신정아 사건을 통해서 많은 연예인의 학력 논란이 튀어나왔지만 신정아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고, 연예인 중 학력 위조가 들통난 사람 중에 학력을 갖고 눈에 띄게 이득을 본 사람이 없었는데, 타블로의 경우는 방송에서 자신이 스탠포드 영문학 석사이며, 조기 졸업이니 최우수 성적이니 등 이빨자랑을 자주 하여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써먹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람들 중에는 '타블로는 음악성보다는 학벌로 인기를 끌려 하는 거 아니냐'하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학력 조작 의혹이 나오니 '이런 ㅅㅂ 그럼 가수가 음악은 안 하고 학력 구라쳐서 인기 끈 거냐'라는 공분과 함께 사건의 근본적 원인인 사회 문제, 즉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고, 학벌 좋으면 무조건 대접받는 풍조'에 대한 분노가 그것을 이용한 타블로 한 사람에게 쏠리게 된 것 같다. 학력 위조가 사실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 풍토를 이용해서 음악과는 무관하게 이득을 본 것은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스타킹>에도 하버드 출신 가수 지망생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하버드 졸업장 등 보여 줄 걸 잔뜩 들고 나와서 자랑하고선, '나는 학력보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아니, 학력으로 인정받고 싶지 않다면서 왜 그렇게 학력 자랑을 한 거야? 그럴 거면 아예 학력 얘길 하지 말았어야지.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절대 학력 얘길 안 꺼냈을 거다. 그 사람이 하버드 출신이라는 애길 들으니 출연자들 눈빛이 싹 바뀌면서 신기한 동물 보듯 그 사람을 보던데... 보는 내가 역겨워질 지경이었다.



노래보단 학벌에 관심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Posted by 크리스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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