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Check)
킹이 상대의 말에 의해 공격받는 상태를 '체크'라고 합니다.

위 그림에서 백 킹은 흑 비숍에 의해 '체크'를 당했습니다. 상대가 체크를 가하면, 체크당한 쪽은 자기 차례에 체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체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킹을 움직여 피한다. 위 경우 킹을 X표된 곳으로 움직여 피할 수 있습니다. 킹이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지점들은 흑의 룩과 비숍에 공격받고 있기 때문에, X표 이외의 곳으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2. 상대의 공격 경로에 말을 집어넣어 공격을 막는다. 위 경우 백 나이트를 O표된 곳으로 움직여 비숍의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비숍은 말을 뛰어넘어 공격할 수 없으니까, 나이트 너머의 킹을 공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백 룩을 움직여 막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 비숍이 룩을 잡고 다시 체크를 할 수 있으니까 룩을 잃어 손해겠죠?)

3. 체크를 가하는 말을 잡는다. 위 경우 백 나이트로 체크를 가하는 흑 비숍을 잡을 수 있습니다. 비숍을 잡으면 백 킹을 공격하는 말이 사라지겠죠?

체크를 당하면 위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빠져나와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위 3가지 방법 중 일부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가능한 나머지 방법을 쓰면 됩니다. 괜시리 어려워 보이지만(...) 어떻게든 킹이 공격받지 않는 상태로만 만들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수를 둘 때, 자기 킹이 체크를 당하게 되는 수를 둬서는 안 됩니다.

흑은 나이트로 백 퀸을 잡고 싶겠지만, 나이트가 움직이면 백 비숍에 의해 킹이 체크를 당하게 되므로 나이트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또한 흑 킹이 움직일 수 있는 칸이 전부 백 퀸에게 공격당하고 있으므로 어디로 움직이건 체크를 당하게 되니까 흑 킹을 움직일 수도 없군요.

참고로 하나 더. 장기에서 '장군'이란 말을 하듯이 체스도 체크를 가했을 경우 '체크'란 말을 해야 할까요? 할 필요 없습니다. 친구와 체스를 두는 경우라면 '체크'란 말을 해도 상관없지만(우정을 생각하여 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_-), 공식 대회 같은 경우는 '체크'란 말은 물론이고 어떤 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체크를 당하면 말해주지 않아도 지가 알아서 피해야 합니다(...)

만약 체크를 당했는데, 체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체크메이트(Checkmate)
체크를 당했는데, 어떤 수를 둬도 체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상태를 '체크메이트'라고 합니다.

흑 킹은 체크를 당한 상태입니다. 킹이 옆으로 움직여 봤자 퀸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고, 위쪽으로 움직이면 룩에게 공격당합니다(룩을 잡으면 퀸에게 공격당합니다!). 킹과 퀸 사이로 데려와서 공격을 막아 줄 말도 없습니다. 퀸을 잡을 수 있는 말도 없지요. 이런 상태가 체크메이트입니다. 체크메이트가 되면, 체크메이트를 가한 쪽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즉 체스의 목표는 상대 킹에게 체크메이트를 가하며, 내 킹이 체크메이트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한쪽이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게임을 기권(Resign)하거나, 인터넷 체스나 공식 대회 같은 경우는 제한 시간이 있는데 이 제한 시간 내에 수를 두지 못한 경우에도 상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캐슬링(Castling)
한국어로는 흔히 '입성' 또는 '입궁'이라고 번역됩니다. 캐슬링은 킹과 룩에게 적용되는 특수한 움직임입니다. 앞에서 체스에선 한 번에 하나의 말만 움직일 수 있다고 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캐슬링은 한 수에 두 개의 말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예외입니다.

요런 상태에서...


요렇게 움직입니다! 신기하죠? (...)

말로 설명하면, 킹과 룩이 시작 위치에 있는 상태에서 킹을 룩 쪽으로 두 칸 옮깁니다. 그리고 룩을 킹의 바깥쪽 옆으로 옮기면 됩니다(정확히 말하면, 룩을 킹이 지나간 칸으로 옮깁니다). 룩이 좌우에 하나씩 있기 때문에, 캐슬링은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캐슬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1. 킹이 게임 시작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어야 한다.
2. 캐슬링하려는 쪽의 룩이 게임 시작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어야 한다.
3. 킹과 캐슬링하려는 룩 사이에 다른 말이 없어야 한다.
4. 킹이 체크당한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5. 킹이 지나가는 지점(그러니까 캐슬링 후 룩이 위치하는 지점)이 상대의 공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
6. 캐슬링한 후 킹이 체크 상태가 되지 않아야 한다(이건 당연한 거 -_-).

복잡해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쉽습니다(...)

규칙이 복잡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기도 합니다.

*킹이나 룩을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캐슬링 못 합니다.
*한쪽 룩이 움직였어도 다른 쪽 룩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쪽으로 캐슬링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체크를 당했더라도, 킹을 움직이지 않고 체크를 막았다면 캐슬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위키피디아에서 본 건데... 코르치노이(Viktor Korchnoi)와 카르포프(Anatoly Karpov)의 대국 중에 나온 일화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astling#Notable_castlings)



백을 잡은 코르치노이는 이 상황에서 심판에게 '룩이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캐슬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심판은 '할 수 있다'고 말해 줬고, 코르치노이는 캐슬링을 하고 결국에는 이겼답니다. 참고로 코르치노이와 카르포프는 둘 다 그랜드마스터입니다. 그랜드마스터도 헷갈리는 규칙이니까, 여러분도 헷갈린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그러면 이 짜증나는 캐슬링을 왜 하느냐? 체스는 체스판 중앙의 점령을 중요시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중앙의 폰, 즉 킹과 퀸 앞의 폰을 전진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앙을 점령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킹의 앞을 막아 주던 폰이 사라지므로 킹이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캐슬링을 함으로써 킹을 구석으로 숨기고, 동시에 룩을 중앙 쪽으로 가져와 필요할 때 지원 사격을 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건 참고로. 흔히 체스판을 반 잘라서 처음에 킹이 놓인 쪽(백 입장에선 오른쪽, 흑 입장에선 왼쪽)을 킹사이드(Kingside), 퀸이 놓인 쪽을 퀸사이드(Queenside)라고 합니다. 킹사이드의 룩과 캐슬링하면 '킹사이드 캐슬링', 퀸사이드의 룩과 캐슬링하면 '퀸사이드 캐슬링'이라고 합니다(또는 룩이 이동한 거리에 따라 킹사이드 캐슬링을 짧은 캐슬링short castling, 퀸사이드 캐슬링을 긴 캐슬링long castling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킹사이드 캐슬링을 하면 킹이 구석에서 한 칸 떨어져 있게 되고, 퀸사이드 캐슬링을 하면 구석에서 두 칸 떨어지게 되지요.


앙 파상(En passant. 프랑스어입니다.)
프랑스어라 영어와는 발음이 달라서 '엔 파산트'가 아니라 '앙 파상'이라고 읽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본 체스 설명서에는 '파상'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양파onion 와는 관계 없습니다.



영어로는 'in passing', 그러니까 '지나가는 중에' 라는 뜻입니다. 앞에서 폰에 대해 설명할 때, 폰이 처음 위치에 있을 경우 앞으로 두 칸 움직일 수 있다고 했었죠? 그런데 만약 상대 폰이 두 칸 움직였는데, 한 칸만 움직였을 때라면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내 폰이 있다면 상대 폰을 잡을 수 있다는 규칙입니다. 말로 하면 헷갈리니까 그림 보시죠(...)

흑 폰은 처음 위치에 있으니까 두 칸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흑 폰이 한 칸만 움직여서 X표된 곳에 오면 백 폰이 잡을 수 있겠죠?

흑 폰이 두 칸 움직였습니다. 이 경우 앙 파상 규칙에 의해 백 폰은 흑 폰이 '마치 한 칸 움직인 것처럼', 즉 X표된 곳에 흑 폰이 있는 것처럼 잡을 수 있습니다.

잡으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흑 폰이 두 칸 움직일 경우, 흑 폰이 첫번째 칸을 '지나가는 중에' 백 폰이 잡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상대가 폰을 두 칸 움직인 직후에만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폰을 두 칸 움직였는데 다음 수로 딴 걸 두고선 다음다음 수에 잡는 건 안 됩니다. 그리고 안 잡고 싶으면 안 잡아도 됩니다.

그리고 혹시나 헷갈릴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다음과 같은 건 안 됩니다.

이렇게 두 칸 움직이는 쪽이 '한 칸만 움직인 것처럼' 상대 폰을 잡아 버리는 건 안 됩니다(...)


승진(Promotion)
전에 생략했던, '폰은 앞으로만 갈 수 있는데, 만일 폰이 체스판 맨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가' 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만일 폰이 체스판 끝에 다다르면 그 폰은 '승진'합니다. 즉 퀸, 룩, 나이트, 비숍 중 하나의 말로 바뀝니다. 킹이 되거나 폰으로 남거나 상대의 말로 바꾸는 건 안 됩니다(...) 폰을 일곱번째 줄에서 여덟번째 줄로 전진시키면, 폰이 이동한 여덟번째 줄의 그 위치에서 폰이 다른 말로 바뀌고 상대의 차례로 넘어갑니다.


승진과 앙 파상을 동시에 보여 주는 움짤.

그리고 착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승진은 '죽은 말을 살리는' 게 아닙니다. 만일 체스판에 자기 퀸이 살아 있어도 폰을 퀸으로 승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폰 8개를 전부 승진시켜 퀸을 9개 만들어도 됩니다(...) 이런 경우 체스 세트에 퀸이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퀸을 만드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룩을 뒤집어 세워 놓거나 바둑알을 갖다 놓고 퀸이라고 우기면 됩니다(...)


무승부(Draw)
체스에서는 승패가 나지 않고 무승부로 게임이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승부에 관한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테일메이트(Stalemate)
내 차례이고 체크 상태가 아닌데, 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정말로 두고 싶어도 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경우를 '스테일메이트'라고 하며, 한쪽이 스테일메이트 상태가 되면 무승부입니다.

흑 차례라면 스테일메이트로 무승부가 됩니다. 폰들이 서로의 앞길을 막고 있어 움직일 수 없고, 흑 킹은 어디로 가든 공격받기 때문에 움직이면 체크 상태가 되어 규칙에 어긋납니다. 중요한 것은 흑 킹이 체크당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체크메이트는 아니라는 겁니다. 백의 입장에서는 룩이나 퀸을 한 칸만 움직이면 체크메이트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인데, 다 이긴 게임이 무승부가 되어 버렸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겠죠(...)


그래서 유리한 쪽은 스테일메이트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반대로 불리한 쪽은 무승부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3수 반복(Threefold repetition)
말의 배치가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3번 이상 반복되면,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한 플레이어가 무승부를 주장하면 게임은 무승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

말의 수로 보면 흑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백이 퀸을 그림과 같이 왔다갔다 움직이며 체크를 하면 흑은 킹을 피할 곳이 한 곳밖에 없기 때문에 두 지점을 계속 똥개훈련왔다갔다해야 합니다. 백이 이 짓을 3번 왕복하고 '무승부 ㄳ' 라 하면 게임은 무승부로 끝납니다. 백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백의 입장에서는 무승부로 끝내는 편이 낫죠.

- 50수 규칙(Fifty-move rule)
폰의 움직임이 없고, 상대의 말을 잡는 일 없이 50수가 진행되면 한 플레이어가 무승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서로 룩을 잡거나 체크메이트를 만들지 못하고 50수 동안 도망다니면(...) 무승부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지루하게 50수 동안 도망다니기보다는 밑에서 말할 '쌍방 합의'로 무승부를 만들기 때문에... 보기 힘듭니다.

(*깜박하고 중요한 걸 안 써서 추가합니다. 체스에서 '한 수'라고 하면 백과 흑이 각각 한 번씩 둔 것을 의미합니다. 백의 수 한 번과 흑의 수 한 번이 모여야 '한 수'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위에서 말하는 50수는 백과 흑의 움직임을 모두 합쳐 100번 움직인 걸 뜻합니다.)


- 체크메이트가 불가능한 상황
도저히 체크메이트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무승부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체크메이트시킬 말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비숍 하나만 갖고는 뭔 짓을 해도 체크메이트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무승부가 됩니다. 비슷한 경우로 킹과 나이트만 남은 상황도 무승부가 됩니다. 다만 폰이 남아 있는 경우는 폰을 승진시킬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무승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 쌍방 합의(Mutual agreement)
게임을 진행해 봤자 무승부가 될 것 같은 상황인 경우, 두 플레이어가 합의하면 무승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흑이 잘 대응한다면 게임은 결국 비기게 됩니다. 백 폰의 승진을 흑 킹이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자세한 내용은 좀 어렵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계속 둬 봤자 무승부가 될 게 뻔하니, 서로 합의해서 빨리 끝내는 것입니다.


P.S. 혹시 틀린 점이나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 달아 주세요.

Posted by 크리스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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